▲신현실 교수(우석대학교/ 문화재위원) 세계조경가대회에서 발표할 전통조경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전 세계 조경전문가와 정부기관, 관련 학계, 정원가 등 77개국 1,500여 명이 참여하는 제58차 세계조경대회(IFLA)가 8월 31일부터 9월 2일까지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우리나라에서 세계조경가대회가 개최되는 것은 1992년 경주 개최 이후 30년 만이다. '리:퍼블릭 랜드스케이프'(RE:PUBLIC LANDSCAPE)를 주제로 열리는 이번 행사는 기후·환경위기와 펜데믹 이후 도시공원과 공공공간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특히 이번 세계조경가대회에서는 세계적으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동양의 전통조경에 대한 스페셜 세션이 마련됐다. 서양 정원과는 다르고 중국, 일본과는 또 다른 우리 전통정원을 알릴 기회가 마련된 것이다. 신현실 교수는 동양의 정원은 ‘사유의 정원’이라고 하는데 그중에서도 우리나라 정원은 화계, 차경 등에서 볼 수 있듯이 자연에 순응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선조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아직은 걸음마 단계지만 전통조경이 산업적으로도 성장 가능성이 크다며 k-컬쳐에 이어 k-정원을 수출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문화재청 문화재위원이기도 한 신 교수는 최근 화제가 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팽나무 문화재 지정과 관련해서는 드라마에 나와서 지정된 것이 아니라 고창 팽나무의 낙뢰로 꾸준히 지켜보며 지정을 준비 중인 나무가 TV에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조경가대회에서 한국을 대표해서 전통조경에 대해 발표하는 신현실 교수를 8월 23일 우석대학교 연구실에서 만났다.


 -세계조경가대회(IFLA)는 어떤 행사인가요?

"세계조경가대회 하니까 전문가들의 행사로만 생각할 수 있는데 조경에 대한 박람회라고 보시면 돼요. 조경의 방향과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행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1992년에 개최했었어요. 그때는 참여하는 분야가 매우 적었는데 이번에는 77개국에서 1,500여 명이 참석하고 우리나라에서도 문화재청을 비롯해 LH, 산림청 등 조경과 관련된 모든 기관이 참여합니다."


 -한국을 대표해서 전통조경에 대해 발표를 하는데 기분이 어떠세요?

"떨리고 긴장됩니다. 지금까지 IFLA는 도시 조경, 공원에 대한 논의가 대부분이었어요. 또 동양조경하면 중국과 일본만 알려져 있는데 이번 기회에 우리나라의 전통조경을 세계인에게 알리고 싶어요. 그동안 단편적으로 소개된 적은 있지만 체계적으로 준비해서 보여주는 것은 처음입니다. 세계조경가대회가 우리나라 전통조경의 해외 데뷔 무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발표 내용은 어떤 것인가요?

"31일 열리는 특별 세션에서 ‘역사 정원 전통 정원의 보존 정책’을 주제로 발표하게 됩니다. 보통 동양의 정원을 ‘사유의 정원’이라고 해요. 사유라는 것이 거닐면서 생각하고 하나로 물아일체 되는 개념인데 이것은 중국, 일본, 한국 동북아시아 3국에서 다 나타나요. 그런데 우리는 조선의 건국 이념이 유교가 되면서 도교의 영향 받은 중국과 선불교 선종의 영향을 받은 일본과는 다른 독창적인 정원 양식을 추구하게 됐어요. 인위적인 것은 되도록 자제하고 내가 밖에서 자연하고 놀았던 것, 경험했던 것을 내 정원 안에 나타내기 시작한 거죠. 그러면서 중국, 일본과는 다른 형태를 보이게 돼요. 대표적인 곳이 소쇄원 애양단이에요 정원의 가장 햇볕이 잘 드는 곳에다가 글자를 써놓은 것인데 부모님이 이렇게 따뜻하고 평안하게 보내셨으면 좋겠다는 뜻이 담긴 공간이라 할 수 있죠."

▲한국의 정원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담양 소쇄원(명승), 이번 세계조경가대회 프로그램 중 담양 소쇄원과 순천만국가정원, 목포 근대문화역사거리 등 현지 탐방프로그램도 진행될 예정이다. <제공:문화재청>


 -우리나라 정원이 중국, 일본과 가장 큰 차이점이 있다면?

"화계와 차경입니다. 꽃 계단 즉 화계는 세계적으로 누구도 말할 수 없는 우리의 독보적인 특징이에요. 우리나라는 배산임수잖아요. 다른 나라는 산에 옹벽을 쌓거나 뭔가를 해요. 그런데 우리는 경사를 이용해서 계단을 만들고 꽃과 나무를 심어요. 대표적인 곳이 경복궁 교태전의 후원. 창덕궁 낙선재 등이죠


또 다른 특징은 차경이에요. 차경은 경치를 빌려온다는 뜻인데요. 외부의 경관을 어떻게 빌려오느냐를 보면 3국이 달라요.  중국은 실내에 전체 경관을 다 가져다 놓고 실외의 멀리 있는 경관도 가져와요. 반면에 일본은 멀리 있는 원경은 나가서 보는 걸 좋아하고 마루가 좀 낮게 해서 무릎 꿇고 볼 수 있는 경관의 위치를 만들죠. 우리는 병산서원 만대루, 창덕궁 부용정처럼 자연과 물아일체를 위해 원경을 끌어들이는 차경을 많이 씁니다. 인위적인 것은 배제 하죠."


 -전통조경이 산업적으로도 가능성이 있다고 했는데?

"중국은 시대별 조경을 기록화해서 해외에 수출하고 있어요. 어느 시대 정원 하면 기본 계획이 있어서 그걸 갖다 팔아요. 재료까지 똑같이 모듈화되어있어요. 우리도 좀 늦긴 했지만, 지금부터 잘 준비하면 가능성 있죠. 정원은 종자산업하고도 관련이 있습니다."


▲창덕궁 부용정 <제공:문화재청>


 -자연유산은 기후변화에 민감한데 전통조경도 기후변화에 대비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기후·환경변화는 이번 세계조경가대회에서도 많은 논의가 있을 예정입니다. 예전에는 전통조경 보존에 대한 부처 간 협업이 없었는데 이제는 문화재청과 산림청 등 관계기관이 협업해서 후계목 양성, 유전자 보존 등을 통해 전통조경을 지키려고 시도하고 있습니다. 또 체계적 관리가 필요한 나무들에 대한 관리도 지속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창원시가 보호수로 지정한 수령 500살 된 팽나무 일명 우영우 팽나무는 드라마에서 화제가 되니까 천연기념물로 지정한 것 아니냐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 그건 아닙니다. 고창 팽나무가 낙뢰를 맞는 사고가 난 후 우영우 팽나무도 저희가 관심을 갖고 지켜보던 나무였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드라마에서 이슈가 됐고 천연기념물로 지정이 된 것이죠."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세계조경가대회는 전문가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조경을 깊이 이해하는 데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특히 이번 행사에서는 문화재청이 전통정원의 개념을 함축적으로 담은 부스를 만들었어요. 한번 방문해 보시면 한국 전통조경이 이런 것이구나 하는 것을 알 수 있을 거예요. 내국인뿐 아니라 외국 조경전문가들이 많이 방문해 우리 전통조경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SNS 기사보내기
황상윤
저작권자 © ACN아시아콘텐츠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