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25일 비엔티안 무엉탄호텔에서 열린 라오스한인회장 이·취임식에서 양동혁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양동혁(50세) 신임 라오스한인회장이 라오스를 알게 된 건 2013년이다. 심신이 지쳐있던 그는 오로지 쉬고 싶다는 생각으로 라오스를 찾았다. 그렇게 찾아온 라오스에서 고향의 정을 느꼈고 그때의 좋은 기억이 인연이 돼 지금까지 오게 됐다고 한다.

지난 1월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그를 만났다. 당시 양 회장은 라오스에 대한 애정과 한인회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한참을 이야기했다. 하고 싶은 것은 많은데 우선순위와 내용을 좀 더 구체화한 다음에 다시 인터뷰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이후 지난달 25일 라오스한인회장 이·취임식이 비엔티안 무엉탄호텔에서 열렸다.

이·취임식에는 정우상 전 라오스한인회장, 정영수 주라오스대사, 교민 등 140여 명이 참석했다. 코로나 이후 가장 많은 한인이 모였다고 한다.

양 회장은 “라오스 교민 데이터베이스, 단체 건강보험, 한글학교, 라오스 현지 기업·상인들과 상생 방안 등 하고 싶은 일이 많다”며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지만 하나하나 잘 준비해서 교민들의 권익 향상에 도움을 주는 것은 물론 다른 나라에 모범이 되는 한인회를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다음은 양동혁 회장과 가진 1월 비엔티안에서 가진 인터뷰와 지난주 전화 및 이메일 인터뷰를 정리한 것이다.  

 

- 15대 라오스한인회장으로 선출됐는데 먼저 소감을 말한다면? 

기쁨보다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올해가 한국·라오스 재수교 28주년이다. 사람의 나이로는 청년이지만 라오스 한인사회는 아직도 걸음마 단계라고 할 수 있다. 교민사회를 하나로 결집하고 교민의 권익을 회복하는 일에 앞장서고 싶다.

-라오스 한인 사회 상황은 어떤가?

라오스는 최빈국 중 하나다. 공장과 생산 기반 시설이 열악해 대기업의 투자가 거의 없다. 1차 산업 국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많은 한인의 상당수가 식당업과 여행업을 하고 있다. 그동안 코로나 팬데믹으로 여행수요가 없어 많이 힘들어했다.

다행히 요즘 여행수요가 늘면서 조금씩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고 있다. 하지만 항공편이 예전 수준으로 늘어난 것이 아니라 아직도 어려운 형편이다.

- 한인회장으로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우선 라오스에 거주하는 한인들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만들겠다. 그리고 단체 건강보험 도입, 라오스 2세에 대한 한글학교 정상화, 라오스 지역사회와의 상생을 위한 제휴 사업도 할 예정이다.

- 한인 실태 파악은 어떻게 한다는 건가?

현재 라오스 교민은 3,000여 명으로 알려져있다. 그렇지만 정확한 실태 파악 조사가 이뤄진 적이 없었다. 수도 비엔티안을 비롯해 방비엥, 루앙프라방, 팍세, 사바나켓 등 한인회 지부를 통해 한번 해보려고 한다. 물론 개인 동의가 필요하겠지만 가능하면 비상연락망을 만들어 긴급한 상황에 서로에게 힘이 될 수 있게 하겠다.

교민을 위한 단체 건강보험 가입을 추진하겠다.

- 라오스에서 교민들은 외국인인데 단체 건강보험 가입이 가능한가?

엄밀히 말하면 사보험으로 우리나라의 실손보험 같은 것이다.

이 보험의 조건이 최소 30명이다. 그동안 교민들이 가입하고 싶어도 인원 부족으로 가입할 수 없었다. 한인회로 가입하고 인원도 늘어나면 보험료도 낮출 수 있을 것이다.

이곳 교민들이 겪는 큰 어려움 중 하나가 의료다. 라오스는 의료시설이 열악하다. 그렇다 보니 교통사고나 급한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비싼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태국 우돈타니(비엔티안에서 약 1시간 30분 소요)병원으로 가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가 추진하려고 하는 보험은 태국 병원까지 혜택을 볼 수 있어 교민들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한글학교는 어떻게 정상화한다는 것인가?

라오스인과 한국인 사이에서 태어난 2세들에 대한 한글 교육이다. 재외동포재단에서 지원받아 실시하는 것인데 그동안 인력, 교실 등의 어려움으로 잘 운영되지 못했다. 이번에 새롭게 마련한 한인회 사무실 공간을 활용해 이들이 한국을 좀 더 이해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라오스한인회장 이·취임식에서 14대 정우상 회장과 15대 양동혁 회장이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제공:라오스한인회>

  

- 한인회에서 할 일이 많을 것 같은데?

라오스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면서 한인 숫자도 꾸준히 늘고 있다. 교민 규모에 비해 한인회가 제 역할을 다했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코로나로 어려울 때 지속적인 나눔행사를 통해 가장 먼저 교민의 손을 잡아준 곳이 한인회였다. 전임 회장님이 큰 노력을 했다. 한인회가 더 많은 일을 하려면 교민들의 관심과 애정이 필요하다. 한인회를 중심으로 모이면 라오스 정부에 건의 하는 데도 힘이 될 것이다.

라오스 사업 준비하는 분들을 위한 자문 변호사·회계사 제도 계획 중

- 요즘 라오스에서 사업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주의할 점이 있다면?

라오스는 분명 기회의 땅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인구(약 770만 명)가 많지 않고 사회 인프라가 열악하다. 내 경험에 의하면 행복지수는 높지만 근로 능력은 그렇지 못하다. 라오스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면 많은 어려움이 동반된다. 예를 들어 라오스인이 가장 오해를 많이 하는 것이 한국인은 화를 잘 낸다는 것이다. 이들은 목소리만 크게 해도 자기에게 화를 낸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주 주의해야 한다. 그로 인해 직장을 그만두는 경우도 많다. 사소한 것 같지만 이들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면 성공하기 힘들다.

또 라오스에서 사업을 준비하면서 브로커에게 속아 돈만 날리고 돌아가는 경우를 보면서 이곳의 법과 제도, 절차에 맞게 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고문 변호사와 회계사 제도 운용도 고려 중이다. 무엇보다 시간을 갖고 천천히 준비하기를 권한다.

▲라오스한인회장 이·취임식 후 참가자들이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제공:라오스한인회>

 

-지역 상생프로젝트도 준비한다고 하던데?

여기서 우리는 외국인이지만 공동체 구성원이기도 하다. 지역에 있는 현지 식당, 헬스클럽, 미용실 등과 제휴를 맺어 교민에게는 할인 혜택을, 지역 상인들에게는 고정 고객 확보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모델을 계획하고 있다.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많은 나라 중 라오스를 선택한 만큼 후회 없는 선택이 되었다고 자부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 우리 교민이 외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차별받는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는 한인회가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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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상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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